아무도 안 오는 사이트를 두 번 만들었습니다
올해 사이드 프로젝트 두 개를 닫았습니다. 하나는 ETF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주는 서비스였고, 다른 하나는 DM 대화를 넣으면 AI가 판결문을 써주는 웹 앱이었습니다.
만든 시기도 주제도 겹치지 않는데, 접고 나서 나란히 놓아 보니 죽은 지점이 같았습니다. 둘 다 만드는 데는 성공했고, 사람을 데려오는 데서 실패했습니다.
둘 다 해외를 노리고 만들었습니다
두 사이트 다 영어가 기본이었습니다. 뒤쪽은 여섯 개 언어를 자동으로 감지해 붙이는 것까지 만들어 뒀습니다.
이유는 단순했습니다. 한국어면 시장이 오천만인데 영어면 훨씬 커지니까요. 계산상 맞는 말이고, 저는 그게 당연히 유리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.
첫 번째는 팔 수가 없었습니다
앞의 서비스는 유입이 아주 없지는 않았습니다. 대신 결제가 막혔습니다. 결제 대행 쪽에서 “투자 자문 서비스”를 금지 업종으로 두고 있어 연동이 거절됐고, 방향을 틀어 광고를 붙이려 했더니 그쪽도 두 번 거절당했습니다. 이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.
두 번째는 여덟 달 동안 144명이 왔습니다
뒤쪽은 유입 자체가 문제였습니다. 이 글을 쓰면서 분석 도구를 다시 열어 봤습니다. 1월부터 8월까지 활성 사용자 144명, 평균 참여 시간 15초. 여덟 달 동안입니다.
도메인을 붙였고, 서버 쪽 요청 제한을 걸었고, 다국어를 붙였고, 분석 도구까지 심어 뒀습니다. 제품은 돌아갔습니다. 아무도 오지 않았을 뿐입니다.
진단도 계획도 있었습니다
4월에 그 숫자를 처음 확인했습니다. 정확히는 서비스를 실제로 쓰는 페이지의 조회수가 30일간 0이었습니다.
그때 저는 이렇게 판단했습니다. “제품이 매력 없어서 안 쓴 게 아니다. 내놓은 적이 없는 것이다.” 사람들 앞에 가져간 적이 없으니 0인 게 당연하다는 뜻이었습니다.
그래서 2주짜리 검증 계획을 세웠습니다. 어디에 올릴지 채널을 정하고, 2주 뒤 무엇을 보고 살릴지 죽일지 정할 기준까지 숫자로 적었습니다. 하루 사용자가 몇 명 이상이면 다음 단계로 가고 몇 명 미만이면 접는다는 식으로요. 조기 종료 조건도 만들었습니다.
계획서만 보면 꽤 그럴듯합니다.
그런데 그 실험을 돌리지 않았습니다
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단계까지 가지 않았습니다. 게을러서 미룬 건 아니었습니다. 올려도 어차피 안 될 것 같다고 판단했고, 거기에 시간을 더 쓰느니 다른 프로젝트를 하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.
기회비용만 놓고 보면 틀린 판단이 아닙니다. 그때 다른 프로젝트를 두 개 더 굴리고 있었고, 하나는 광고 승인을 앞두고 있었습니다. 어디에 시간을 쓸지 고르는 건 해야 하는 일입니다.
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. 그 실험은 정확히 그 질문에 답하려고 만든 것이었습니다. 제품이 약한 건지, 내놓지 않아서 그런 건지 가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. 그런데 저는 실험을 돌리는 대신 결과를 예측해서 취소했습니다. 가설을 나누려고 설계한 절차를 추측으로 대체한 겁니다.
제 예측이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. 올렸어도 반응이 없었을지 모릅니다. 다만 이제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. 2주면 알 수 있었던 걸 영영 모르게 됐습니다.
그리고 접었다는 걸 아무 데도 안 적었습니다
이게 이 글에서 제일 뒤늦게 깨달은 부분입니다.
5월에 사실상 접기로 판단했는데, 그 판단을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. 그래서 넉 달 동안 제 기록에는 그 프로젝트가 계속 “실험 진행 중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. 심지어 이 블로그의 프로젝트 목록에도 “개발 중”이라고 떠 있었습니다. 이번 주에 발견해서 고쳤습니다.
시작한 결정은 다들 적습니다. 왜 하는지, 무엇을 노리는지, 어떻게 검증할지 씁니다. 그런데 접기로 한 결정은 잘 안 적습니다. 접는 건 결론이 난 게 아니라 흐지부지 멈추는 형태로 오고, 멈춘 것에 대해서는 문서를 쓸 마음이 안 생기기 때문입니다.
그 결과 기록은 시작한 것들로만 채워지고, 실제로 굴러가는 것과 점점 멀어집니다. 접는 순간이 기록 가치가 가장 높은데 정확히 그때 아무도 안 적습니다.
깨진 착각들
“영어로 만들면 시장이 넓어진다.” 넓어진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장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. 한국어로 만들었다면 최소한 지인에게 보여주고 반응이라도 봤을 텐데, 영어권에는 제가 아는 사람도 들어가 본 커뮤니티도 없었습니다. 잠재 시장은 커졌고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습니다.
“만들면 배포는 따라온다.” 만드는 일에는 끝이 있습니다. 기능이 돌아가면 끝난 걸 압니다. 내놓는 일은 시작도 끝도 애매하고, 반응이 없을 위험을 매번 감수해야 합니다. 그래서 만들 것이 남아 있는 한 그쪽을 먼저 하게 되고, 만들 것은 언제나 남아 있습니다.
“해보나 마나 알 것 같다.” 이게 제일 비쌌습니다. 예측이 맞았을 수도 있지만, 예측으로 실험을 대체하는 순간 배울 기회가 사라집니다. 2주짜리 검증을 아껴서 여덟 달치 모름을 샀습니다.
그래서 지금은
이 블로그는 한국어로 씁니다. 영어판은 해외에서 실제로 찾을 만한 글 한 편만 남기고 늘리지 않습니다. 언어를 바꿔서 사람이 오는 게 아니라는 걸 두 번에 걸쳐 배웠기 때문입니다.
그리고 프로젝트 목록에서 접은 것들을 지우지 않고 “중단”으로 남겨 뒀습니다. 성공한 것만 늘어놓은 목록보다 이쪽이 정확하고, 다음에 또 만들 것이 남아 있을 때 그 목록을 보면 손이 한 번은 멈출 것 같아서입니다.